첫 아이라 아들이 어릴때는 무조건 엄마 욕심껏 아이를 이것 저것 시켜보고 엄마의 의도대로 아이를 끌고 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초등 5학년에 들어서자 엄마가 하라는 사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아이가 '일방적 선언'을 해버리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피씨방을 가지 않으면 자기 방에서 잘 나오지도 않는 아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래서 아이가 자신의 방문을 스스로 열고 나오기만을 기도하는 가운데 3년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 중의 아이는 분명 외계인 같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은 주되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지 않고 다만, 아이를 잔소리 안하고 지켜보는 것으로 수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본 기간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가 되니 아이가 슬슬 이전과는 달라지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되자 당장 고등학교 진학이 눈앞에 떨어지고, 아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온 아이들과는 학습량이나 학습습관 모든면에서 부족함이 여실했습니다. 어려운 가운데 자사고로 진학을 결정하고 나름 한다고 했지만 지난 3년간의 나태한 습관과 구멍뚫린 학습량이 단번에 채워질리는 만무했습니다. 자사고에서 학업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뭔가 아이를 위한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임을 직감했습니다. 하던 일도 잠시 접고 아이를 위한 그 터닝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백방으로 인터넷을 뒤지고 전화를 하고 지인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여기다"싶은 곳이 제 머리에 한줄기 빛처럼 꽂혔습니다. 72시간 수학캠프!!
다행히 발등에 불떨어진 아들, 자사고 입학도 스릴감(?) 있게 패스한 아들은 이제 더이상 자신이 물러설 곳이 없음을 절감하고 있었고 자신이 오랜 시간 사춘기를 겪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댓가를 치를 시점이 온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72시간 캠프에 합류한 아들이었기에 저는 이미 반은 성공한 캠프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만 잘 갈아진 밭에 캠프에서 어떻게 씨를 뿌려 주실런지 그것이 관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캠프에 대한 근거없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어제 고교예비소집일 참석을 위해 외출해서 집에 온 아들이 흥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여기 캠프에서는 공부도 공부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
"나도 이제부터는 진짜 진짜 공부 열심히해서 좋은 대학가고 싶어"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직전까지 공부하는데 생각만큼 힘들진 않아"
그러면서 공부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며 매일 아침 일어나서 호숫가를 뛰고 오겠다고 다부진 각오도 해보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아이가 순간 우리 아들이 맞나 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들 앞에서는 티도 못내고 그저 감사의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3년간 집과 피씨방만을 오가며 애를 태우던 그 아들이 이렇게라도 변화의 계기를 타며 일어서는 것을 보니 자녀는 끝없이 믿어줘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저는 아이가 3주라는 짧은 시간에 얻은 것은 단순히 수학실력 뿐만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온 것, 나도 해보겠다는 학업에 대한 의욕을 얻어 온 것이 이번 캠프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엄마로서 아이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내 생활에 고칠 점은 없는지 생애 처음으로 아들 인생에 물들어 왔는데^^ 이때 열심히 노젓게 해야할텐데 하며 벅찬 기쁨과 함께 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심정으로 구하였고 거기에 120% 응답해 주신 72시간캠프 운영진과 모든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