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기 멘토 김영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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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세차게 내린 눈은, 어느새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쌓였습니다. 금방 사라질 것이 어찌 그렇게 아름답게 빛나는지요. 혹 금방 사라질 것이라 더욱 아름다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0조 김영빈 멘토입니다.

언제나 그렇듯,학생들에 관한 자료를 받아들고 덤덤히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렇게 엑셀로 처음 만난 멘티들은 제게 고딕체로 된 세 글자 혹은 두 글자였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한 눈에 반해버릴지도 모르고, 그렇게 멘티들을 기다렸습니다.

27살까지 살아오면서 저에게는 많은 은사님이 계셨습니다. 제 인생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 분들의 입김은, 긴 세월 동안 이따금씩 저를 안아주기도 하고 저를 혼내기도 하면서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거대해 보였던 은사님들이, 실은 자그마한 말에도 걱정하고 후회하는 겁쟁이일 줄은 몰랐습니다. 꿈이 없다는 학생에게 꿈은 백마탄 왕자처럼 오는 것이 아니라고 좋아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서서히 정해질 것이라고 말을 하고, 며칠을 후회했습니다. 만약 학생의 말을 더 들었다면 조금은 상세한 얘기를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혹 마음 속에 있는 봉선화 같은 꿈이 나로 인해 시들지는 않을까. 미안함만 생겼습니다. 미안함이 가득 찰수록,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만회하는 길이라고 엄하게도 해보고, 행여 마음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또 후회를 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수학처럼 답지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후기라고 적으면서 후회되는 일만 적게 되네요. 제 나름에는 남김없이 주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하지만, 멘티들에게는 어떤 것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본인의 꿈을 응원하고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부족하지만 3주라는 시간동안 멘토들을 믿고 자녀분을 맡겨주신 학부모님과 학생들에게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신 총괄팀과 운영진 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벌써 그리운 멘티들에게도 사랑이 전해지길 바래봅니다. 이렇게 금방 녹을 줄 알았으면 더욱 바라볼 걸 그랬습니다. 또 눈이 내리면 우리 추억을 기억하겠습니다.

72시간 공부캠프 정말 감사합니다.